평균 자유 거리(Mean free path)
이전 장에서 평균 자유 거리(mean free path) λ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하였습니다. 분출을 다룰 때 분출되는 구멍의 직경 D가 λ보다 작아야한다고 말했었죠. 오늘은 λ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목적입니다.
먼저 평균 자유 거리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의 대부분은 질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둘의 rms 속력은 약 500 m/s이죠. 이 정도의 속력이면 굉장히 빠릅니다. 음속보다도 빠르죠.
그러면, 이론적으로는 옆에 있던 친구가 방 안에서 방귀를 뀌었을 때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내 코에서 방귀냄새를 인식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그 이유는 분자가 진행하면서 올곧게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충돌(collision)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충돌 현상은 엄밀히는 양자역학적인 현상이므로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 합니다. 그에 반해 지금 우리의 수준에서 잘 다룰 수 있는 것은 고전역학적인 충돌이죠.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복잡한 분자의 충돌을 고전적인 충돌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체 분자는 충돌을 겪는 시간보다 공간 상에서 날아다니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밀도의 기체의 경우(평균 자유 거리 확보)는 양자역학적이 아닌 고전적인 충돌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단, 충돌 이후 속도 분포가 완벽하게 무작위적(randomize)으로 변한다고 가정하여야 합니다. 이제 이러한 가정을 통해 평균 자유 거리 및 충돌에 대한 해석을 수식으로 보여드릴텐데, 그 중 우리에게 중요한 키워드는 '평균 충돌 시간', '충돌 단면적', '평균 자유 거리'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수히 많은 어떤 점들이 밀도 $n$을 가지고 배치되어있다고 하자. 이 안에 밑넓이가 $\sigma$인 원기둥을 배치할 것이다. 원기둥 내부에 점이 포함되지 않도록 원기둥을 배치하되, 가장 긴 높이를 갖는 원기둥을 만드려면 그 높이 $h$의 평균은 얼마가 되겠는가?
이 질문을 보고 느낌이 왔다면 촉이 좋으신거고, 반대로 모른다고 한들 문제는 없습니다.
평균 충돌 시간(The mean collision time)
첫 번째로 평균 충돌 시간에 대해서 논해봅시다. 평균 충돌 시간이란, 한 번 충돌을 겪은 입자가 다시 충돌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아래에서 언급하겠지만, $\large{\sigma}$는 충돌 단면적(collision cross section)을 의미하는 값입니다. 밀도 $n$인 기체 분자가 $v$의 속력으로 공간을 이동하고 있을 때, 시간 간격 $dt$ 동안 충돌할 확률은 $(n\sigma v)dt$ 입니다. 충돌 단면적은 쉽게 생각해서 커질수록 충돌 확률이 커진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는 복잡성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가 보고자 하는 입자만 움직이고 있고 다른 입자는 정지해있는 system을 생각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t = 0$부터 시간 $t$ 까지 충돌하지 않을 확률을 $P(t)$라고 두겠습니다. 그러면, $P(t+dt)$는 $t+dt$의 시간 간격 동안 충돌하지 않을 확률이 됩니다. 이 때 $dt$는 아주 짧은 시간이므로, 우리는 $P(t)$를 t에서 taylor 근사를 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Taylor expansion을 취하면 $\large{P(t)}$는 다음과 같다.
$$\large{P(t+dt)=P(t)+\frac{dP}{dt}dt}$$
그리고, 아까 시간 간격 $dt$ 동안 충돌할 확률을 구했으므로, 조건부 확률을 이용하여 $t+dt$까지 "충돌하지 않을" 확률을 구할 수 있습니다. $P(t)$에서 $(n\sigma v)dt$를 빼주기만 하면 되죠.
충돌하지 않을 확률은 전체 확률 $\large{P(t)}$에서 $n\sigma vdt$를 빼면 되므로,
$$\large{P(t+dt)=P(t)(1-n\sigma vdt)}$$
어떠한 방법으로 구했던, 두 수식은 동일한 값을 나타내어야 합니다. 같은 정의를 가졌으니까요. 따라서, 두 식을 같다고 하면 다음과 같이
그러면, $$\large{P(t)(1-n\sigma vdt) =P(t)+\frac{dP}{dt}dt \\ \therefore -n\sigma vP=\frac{dP}{dt}\\ \frac{1}{P}dP=-n\sigma vdt \\ \ln{P}=-n\sigma vt+t_0}$$ ($t_0$는 적분 상수)
간단한 변수분리형 미분방정식으로 그 해 P(t)를 구할 수 있게 됩니다. 적분 과정 중에서 적분 상수 t0가 발생합니다. 이것은 초기 조건을 통해서 구해질 수 있는 값입니다. t = 0 인 경우는 운동을 처음 시작한 그 상태이므로 절대로 충돌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때의 충돌 확률은 0, 즉 P(0)=1 이기 때문에 A는 1의 값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P(t)를 완벽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결과를 통해, "시간 t 동안은 충돌하지 않았다가 그 다음의 짧은 시간 간격 dt 사이에 충돌할 확률"은 P(t)와 (nσv)dt를 곱해주면 됩니다(독립 시행).
이를 통해서 우리는 새로운 확률 밀도 표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때 규격화가 되어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적분을 취해줄겁니다. 단순하게 적분을 할 수도 있지만, Gamma 함수의 정의를 이용해서 구할 수도 있음을 참고하세요. 그러면 적분값은 1이므로, 규격화가 잘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평균 충돌 시간을 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위의 확률 밀도를 따르는 '시간'의 기댓값이므로, 를 구하면 됩니다.
그러면 평균 충돌 시간 τ = (1/nσv) 를 얻게 됩니다. 충돌에 대한 확률밀도를 구할 때처럼, 감마 함수의 정의를 이용해서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충돌 단면적(the collision cross-section)
이번에는, 아까 위에서 스치듯 넘어갔던 충돌 단면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서로 다른 구형의 강체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각 강체의 A와 B의 반지름은 a1과 a2라고 합시다. 이 강체들이 서로 부딪히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간단하게 당구를 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는 A를 기준으로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A는 B와 중심이 일치하면 충돌합니다. 거기서 조금씩 벗어나고, 더 조금씩 벗어나다보면, A의 경계면과 B의 경계면이 맞닿는 순간까지 충돌 조건이 만족됩니다. 즉, A와 B를 평면에 투영시켜서 두 도형을 겹쳤을 때, 각 강체의 중심끼리의 거리가 a1+a2일 때까지 충돌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해봅시다.
면적에 대한 개념으로 수정을 하면, "A와 B의 반지름이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원의 영역, π(a**1+a2)2** 에 A의 중심이 입사하게 된다면 충돌한다"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두 강체의 반지름을 합친 길이를 충돌 매개 변수(impact parameter)라고 합니다. 그리고 충돌 매개 변수를 반지름으로 갖는 영역을 충돌 단면적(collision cross-section)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충돌 매개 변수를 이용하여, 새로운 퍼텐셜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hard-sphere(경구) 퍼텐셜이라고 합니다.
이 퍼텐셜은 조건을 두 개로 나눕니다. 아까 말했던 충돌 매개 변수로 만들어지는 영역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입사하는 입자의 위치를 R이라고 했을 때 R이 충돌 매개 변수 b보다 크냐, 혹은 그 반대의 경우냐에 따라서 퍼텐셜 값을 0 혹은 ∞로 갖습니다. 0인 경우는 충돌하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로 해석할 수 있고, 퍼텐셜이 무한대로 발산하는 경우는 부딪혀서 튕겨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죠.
우리는 현재 한 종류의 분자 충돌을 분석하고 있으므로, 두 강체의 반지름이 모두 같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충돌 단면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평균 자유 거리(the mean free path)
이제 위에서 구한 결과들을 이용해서, 분자가 실질적으로 방해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평균적인 거리를 구할 것입니다. 먼저 거리를 구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합니다. 평균 자유 시간을 가지고 옵시다. 그래서 평균 속력 와 곱해줍시다.
그러면 마지막 줄처럼 구할 수 있습니다. 근데 이게 정말 맞는 결과일까요? 우리가 무언가를 빼먹진 않았을까요?
우리는 가장 첫 번째의 가정에서, 다른 분자들은 정지해있고 우리가 관찰하고자 하는 단 하나의 입자만 움직인다고 가정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모든 분자들이 수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입자 하나의 속도 v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속력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상대 "속도"는 두 물체의 속도 차이로 정의됩니다(상대론적인 효과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속도는 벡터이므로 내적을 취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내적하면 방향성을 잃고 스칼라가 되어 크기만을 가집니다. 즉, 상대 속력의 제곱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내적을 취하고, 그것의 기댓값을 취해봅니다.
붉은색 수식은 각 입자의 속력 제곱 기댓값을 합치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두 입자는 서로 다를 것이 없고, 같은 속도 분포를 따르는 입자입니다. 따라서 둘의 기댓값은 <v2>으로 동일합니다. 그래서 하나로 묶어서 정리할 수 있죠. 따라서 상대 속력의 제곱은 속력 제곱의 2배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약간의 근사를 취해봅시다. 평균 상대 속력을 rms 상대 속력과 비슷하다고 근사를 취할겁니다. 왜냐하면 약 8 % 만의 오차를 가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가 구한 rms 상대 속력은, 위에서의 결과를 이용하여 √2배의 rms 속력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것을 평균 속력으로 바꾸어 보죠.
갑자기 근사를 무식하게 막 해버려서 이게 맞나 싶을까 의심스럽지만, 사실 이것은 정확한 결과를 줍니다. 왜냐하면 rms는 평균값보다 약 8 % 크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평균 -> rms -> 평균의 변환을 취했으므로 결국 우리는 변환을 했다가 다시 역변환을 하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우연찮게도 이러한 근사가 정확한 값을 가져다주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겐 좋은 일이 되었습니다. 자, 이제 이 결과를 아까의 표현에 대입해주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입자가 부딪히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평균적인 거리를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속도 항이 지워지고, 밀도 항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평균 자유 거리(mean free path)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상 기체 방정식을 이용하여, 밀도를 압력과 온도에 대한 항으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온도 T에는 비례하고, 압력 p에는 반비례하는 관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온도가 증가하면 입자의 속력이 빨라지므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줍니다. 반대로 압력이 높아지면, 분자끼리 조밀해지면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 효과를 주죠. 따라서 이 결과를 직관적인 해석으로도 잘 맞는 결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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