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출(effusion)이란 매우 작은 구멍에서 기체가 새어 나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고등학교 화학에서도 <분출과 확산>으로 다루는 내용입니다. 기억이 나실진 모르겠지만
(나셔야 합니다..)
, 우리가 이전의 포스트에서 다양한 기체 분자의 움직임을 기술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그 중 기체 분자의 속력을 측정하는 방법 중에 속도 선택기(velocity selector)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속도 선택기를 통과하여 감지기에 도달한 분자의 속력 분포는 v2f(v)가 아닌 v4f(v)에 비례한다는 것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언급한 내용으로는 속도 선택기의 원리에 의해서 v 항 하나가 곱해지고, 분출에 의해서 하나 더 곱해진다고 이야기 했었습니다. 오늘은 왜 그런지 그것을 알아볼 날이 되었네요.
"분자 분출의 속도는 질량의 제곱근의 역수에 비례한다"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것은 그레이엄(Graham)의 법칙으로 불리우는데요. 이 법칙이 어떤 곳에 응용될 수 있을까요.
인류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핵분열 발전의 주 원료는 우라늄-235(235U)입니다. 하지만 자연계에서는 극히 일부분이 존재하고, 그마저도 산화된 형태로 우라늄-238(238U)과 혼합 된 형태의 광석으로 발견됩니다. 따라서 분리 과정이 필요한데, 분출이라는 과정을 통해 정제할 수 있습니다. 우라늄이 플루오린(F)와 만나면 UF6(육플루오르화 우라늄)을 형성합니다. 이는 자연계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데, 이 때 기체 분자의 분출을 적용합니다.
아까 말했듯 질량이 가벼울수록 분출이 빨리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우라늄 235로 이루어진 UF6가 조금 더 빠르게 분출되게 됩니다. 분출률을 한 번 비교해보죠.
우라늄 235가 미세하지만 1.00574배 빠르게 분출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 핵분열, 혹은 고농축하여 70~80% 농도의 우라늄 235가 모이면 핵폭탄으로도 사용이 가능하게 됩니다.
분자 유속(molecular flux)
자, 그러면 그레이엄 법칙을 실질적으로 확인해보기 전에 유속(flux)라는 개념에 익숙해져 봅시다.
사실 flux라는 개념은 전자기학에서 많이 다루게 됩니다. 전자기학에서는 '선속'이라는 단어로 많이 사용하는데, 어떤 source 전하로부터 뻗어나오는 전기장이 임의의 면을 통과하는 양을 flux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장(field)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계산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분자 유속은 조금 더 flux에 대한 개념을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만들어줍니다.
분자 유속(molecular flux)는 단위 시간 동안 단위 면적을 통과하는 분자의 수를 의미합니다. 즉 어떠한 유체의 흐름이 발생했을 때 일정 시간 간격 동안 특정한 면적을 뚫고 지나가는 물리량인 것이죠. 어찌 보면 전류의 개념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분자 유속을 계산하는 방법은 어떤 면적을 지나간 총 분자 수를 그 면적과 시간의 곱으로 나누어 주면 됩니다. 따라서 차원은 (1/m2·s)가 됩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열 유속(heat flux)라는 개념도 존재합니다.
이것은 열량을 시간과 면적으로 나눈 값입니다. 열량은 에너지이므로 이번엔 J 단위가 붙겠죠?
유속은 기호로 Φ(대문자 phi)로 표기합니다. 전기선속도 마찬가지잖아요? 익숙할 겁니다. 자, 이제 분자 유속을 실제로 계산해봅시다. 먼저 어떤 구멍을 뚫고 나가는 분자의 밀도를 확인해봅시다.
우리가 이전 포스트에서 구했던, 특정한 속도와 방향을 갖는 입자의 확률 밀도 함수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v cos θ를 곱해주어, 특정 면적을 부딪히기 위한(뚫고 지나가기 위한) 입자들의 조건을 곱해줍니다. 그리고 속도에 대해서는 0부터 무한대까지, 각도에 대해서는 0부터 π/2까지 적분 구간을 취해주도록 합니다. 그러면 마지막 수식과 같은 결과를 얻습니다. 이는 단위 면적을 지나가는 입자의 밀도가 됩니다.
그리고 이상 기체 상태 방정식을 이용하여, 입자의 부피 당 밀도 n을 압력에 대한 항으로 치환해줍니다. 또한 속도의 기댓값을 대입해주면 분자 유속은
위와 같이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논리 전개가 가능했던 이유는 '구멍의 크기가 평균 자유 경로(mean free path)보다 작아야한다'는 것입니다. 평균 자유 경로는 8절에서 정확하게 언급할 겁니다. 기본적인 개념만 언급하자면, 평균 자유 경로는 분자가 충돌하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합니다. 즉 기체의 밀도가 낮을 수록 평균 자유 경로가 길어지고, 따라서 우리가 유도한 분자 유속의 값은 저밀도의 기체일수록 작은 오차를 가지고 따르게 될 것 입니다.
분출(effusion)
그러면 이제 분자 유속도 구했으니 시간 당 빠져나가는 기체의 양도 수치화 할 수 있습니다. 그저 면적만 곱해주면 단위 시간 당 빠져나가는 입자의 양이 됩니다.
이것을 분출률(effusion rate)이라고 합니다. 이 분출률을 조금 더 유의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논해봅시다.
증기압(vapor pressure)을 측정하는 방법 중에, 덴마크의 물리학자 크누센(Knudsen)이 고안한 크누센 방법이 있습니다. 용기에 측정하고자 하는 액체를 담고, 액체가 기화되면서 용기 내부를 꽉 채우게 되며 분출되는 기체의 질량 변화를 측정하여 증기압을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이미 분자의 분출률에 대한 표현을 구했습니다. 여기다가 분자 하나의 질량인 m(분자량)을 곱해줍니다. 그러면 시간 당 무게 변화가 됩니다. 이것을 전체 질량 M에 대한 시간 당 변화율, 즉 (dM/dt)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dM/dt)의 표현이 남도록 압력 p에 대해서 정리해주면 다음과 같습니다.
따라서 질량 변화를 통해서 증기압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아까 글의 서두에서 속력이 빠른 분자가 더 빠르게 분출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분출되는 기체 분자들이 따르는 분포를 보면 알겠지만, 맥스웰-볼츠만 분포를 따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간 오른쪽으로 shift되고, 최고점이 조금 낮아진 분포를 따릅니다.
결론적으로 분출 된 기체는 맥스웰-볼츠만 분포가 아닌, v3f(v)의 분포를 따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 어이가 없습니다. 용기 안에 있던 기체와 분출 된 기체가 다를게 전혀 없으니까요. 오히려 다르면 안된다고 느낄 겁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분출은 속도가 빠른 분자가 더욱 빠르게 일어난다고 했으니, 확실히 분출 과정을 통해 선별 된 입자들은 용기 내부의 평균적인 기체 분자의 속도보다 빠를 것입니다. 이 말인 즉슨, 용기 내의 기체 분자 평균 에너지와 분출 된 기체 분자의 평균 에너지가 다름을 암시합니다.
실제로 계산해보니 분출 기체가 약 (1/2)kBT만큼 더 큰 에너지를 평균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것을 다시 요약하자면, 분출되는 기체의 분포를 알아냈습니다. 이번엔 조금 더 확장해서, 두 공간으로 나누어진 용기에서 분출되는 기체를 봅시다. 이 때 양 편에는 같은 기체가 들어있습니다. 이 때 구멍을 직경 D라고 하면, D는 평균 자유 경로 λ보다 훨씬 작다고 가정할 겁니다. 그러면 양쪽의 온도와 압력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죠.
그러면 당연히 Φ1=Φ2로, 같은 선속을 가지게 될 겁니다. 그리고 각각의 선속을 압력과 온도에 대한 표현으로 풀어써주면,
위와 같은 결과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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