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기를 맞이하는 관계로, 열 및 통계물리학(줄여서 열통계)를 준비해 봤습니다. 제가 최근에 꾸준히 작성하던 과목은 현대물리학이었는데, 방학 기간 동안 다 작성하려고 했었는데 꽤 양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다 마무리하진 못했고 복습하는 겸 진도에 맞춰서 타 과목들을 작성할 겁니다. 그중에서 가장 빠르게 게시한 게 열통계가 되었습니다. 부족한 게 많겠지만 천천히 꾸준히 올리겠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제 포스트는 Stephen J. Blundell의 <열 물리학(Concept in Thermal Physics)>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아마 1학기 분량은 열역학을 주로 다룰 것이고, 2학기 분량은 통계물리학을 다룰 겁니다. 오늘은 열역학을 배우기에 앞서 기본적인 개념과 발전과정 등을 위주로 작성해보죠.
Introduction
물리학의 분야 중에서 열역학과 통계역학이 있습니다. 이름만 봤을 때는 두 분야가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많은 입자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열역학과 통계역학은 기본적으로 많은 입자로 이루어진 계(system)를 기술한다!
간단히 시작하자면, 열(heat)이라는 것은 분자의 진동과 관련이 있는 물리적 개념입니다. 우리가 거시적인 계에서는 무언가를 만졌을 때 "앗 뜨거!"라고 외치는 그때가 열역학의 근본적인 시작이죠. 이런 상황을 분자 수준에서 확인하게 되면, 분자가 존재하는 계의 온도에 따른 운동에너지가 차가움과 뜨거움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루는 일반적인 계의 크기는 분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큽니다. 1기압 그리고 섭씨 25도에서 22.4 L라는 부피 안에 존재하는 기체 분자의 개수는 $ 6.02 \times 10^{23} $ 개입니다. 셀 수 없을 만큼 큰 수입니다.
그래서 이런 계를 해석할 때, 입자 하나마다 모든 분석을 할 수 없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요. 그래서 열 및 통계역학입니다. 분자를 통계적인 해석을 도입해서 거시적인 열역학적인 현상을 설명하니까요.
그러면, 우리가 엄청난 연산 속도와 저장 공간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면, 이러한 분자들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가정을 한 번 해봅시다. 1 kg의 질소 분자를 다룰 것입니다. 우리가 컴퓨터에 각 분자가 가지는 데이터를 입력해 주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역학적인 계에서 분자를 분석하는 방법은 위치와 속도를 가지고 계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총 여섯 개의 좌표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3차원 공간에서 어떤 점을 지칭하기 위해서는 3개의 축을 가지니까, 위치로 3개의 값, 속도로 3개의 값을 가지게 되어 총 6개의 값을 지정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1 kg의 질소이면 약 $ 2 \times 10^{25} $ 개의 분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6개의 좌표값을, $ 2 \times 10^{25} $ 번 입력하여야 합니다. 조금 정확하게 계산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쓰는 컴퓨터 사양에 해당하는 환경으로 생각을 해봅시다. 우리의 컴퓨터는 64 bit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64 bit의 뜻은, 한 번 연산을 할 때 이진수로 64자리까지 계산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실생활에서 바이트(Byte = 8 Bit)로 정보의 단위를 생각하므로, 바이트 단위로 계산해 봅시다.
각각의 좌표 값을 64 bit ($2^{64}=8\,\mbox{Byte}$)로 저장한다고 가정하면,
$$\begin{align}(6 \times 8B) \times 2 \times 10^{25} & = 9.6 \times 10^{26}\,{GB} \\& = 9.6 \times 10^8\,{EB} \\& = 1.5 \times 10^{16} \times 64\,{GB}\\\end{align}$$
계산해 보면 32GB 짜리 램이 3 해(조의 10000배) 개 필요합니다. 이건 거의 불가능한 방법이겠네요.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이러한 RAM을 가지고 있는 굉장한 컴퓨터가 언젠가는 등장할 수 있잖아요. 그때 가서는 계산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하지만 이것도 큰 의미는 역시 없습니다. 기술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카오스(Chaos) 때문입니다. 조그마한 오차가 후에 가서는 결과를 아예 바꿔버릴 정도로 큰 오차가 됩니다.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를 일으킨다는 것이죠. 카오스 이론은 일반역학 4장(에서 다루는 내용인데, 추후에 적게 되면 게시해 보겠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얻길 원하신다면 위키백과 링크를 달아둘 테니 확인해 보세요.
https://ko.wikipedia.org/wiki/%ED%98%BC%EB%8F%88_%EC%9D%B4%EB%A1%A0
혼돈 이론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카오스 이론은 여기로 연결됩니다. 영화에 대해서는 카오스 이론 (영화) 문서를 참고하십시오. 로렌즈 방정식의 궤도. 로렌즈 방정식은 대표적인 연속 시간 혼
ko.wikipedia.org
하지만 그래도 분자들의 거시적인 행태나, 평균적인 행태는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통계역학이 하는 일인 것이죠. 그리고 그것의 거시적인 결과가 바로 열역학입니다.
몰(mole; mol)
자, 그러면 열역학을 다루기 전에, '몰'이라는 단위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아까 말했듯 무수히 많은 입자를 다루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화학자 아보가드로(Avogadro)를 기리기 위해 후대 과학자들이 입자 수를 측정하고 이 기준을 '아보가드로 수'라고 했습니다. 그 값은 2019년 IUPAC에서 참값으로 정의했습니다. 오차가 있는 값이 아니라 기준인 것입니다.
아보가드로 수($ N_A $)는 $ 6.022\,140\,76 \times 10^{23} $ 을 의미한다.
아보가드로 수만큼의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 물질의 양을 $1\,\mbox{mol}$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보가드로 수만큼의 개수로 이루어진 물질의 양을 우리는 1 몰(mol)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어떤 분자 혹은 원소의 1 mol 만큼의 질량을 몰 질량(molar mass)이라고 합니다.
몰 질량(molar mass)는 구성 요소 하나의 질량과 아보가드로 수($N_A$)의 곱으로 얻어진다.
그래서 몰 질량을 계산하는 방법은 구성 요소 하나의 질량에다가 아보가드로 수 NA를 곱해주면 됩니다. 예를 들어서 CO2의 분자량은 44입니다. 구성 요소 하나의 질량이 44 g/mol 이므로 여기다가 아보가드로 수를 곱하면 44 g이 됩니다.
열역학적 극한(The thermodynamics limit)
개별 입자의 운동과 달리 거시적인 물리량은 구할 수도 있고 이해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거시적인 물리량은 무엇일까요?
제가 간단하게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입니다. 지붕에 빗방울이 부딪히면서 소리가 납니다. 소리가 나는 이유는 빗방울이 지붕에 힘을 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시간에 따른 지붕에 가해지는 힘을 그래프로 표현해 봅시다. 왼쪽 그래프부터 순서대로 설명합니다.
지붕 중에서 아주 작은 면만 관찰해서 가해지는 힘을 구해보면 빗방울이 가끔씩 떨어지는 것처럼 측정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조금 더 넓은 면을 관찰하면 빗방울이 이전보다 더 자주 떨어지게 됩니다. 아까보단 조금 연속적으로 보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순간적으로 빗방울이 더 많이 떨어지기도 하고, 적게 떨어지기도 하는 현상이 보이긴 합니다. 그래서 받는 힘이 일정해 보이지 않아요. 요동(fluctuation)이 존재합니다. 그러다가 지붕의 전체 면적에 대한 힘을 측정하면 가장 오른쪽 그래프처럼 바뀔 것입니다.
이때부터는 빗방울 하나마다 가하는 충격력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평균적인 충격력, 즉 압력(pressure)을 구하는 것이 의미가 있어집니다. 그리고 만약 지붕의 면적이 무한대가 된다면 요동이 전혀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이 상황이 열역학적 극한(the thermodynamics limit)을 고려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열역학에서는 물리량을 두 가지 종류로 나눕니다. 크기 성질(extensive variable)과 세기 성질(intensive variable)입니다. 계의 크기에 따라 변하는 양을 크기 성질이라고 하고, 계의 크기와 무관한 양을 세기 성질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부피 V를 가지는 기체 분자 계를 다룬다고 합시다. 계가 가지는 운동 에너지의 총합이 U 일 때, 절반의 부피만큼의 기체가 가지는 운동 에너지는 $ (U/2) $일 것입니다. 하지만 압력과 온도는 그대로겠죠. 여기서 운동 에너지는 계의 부피에 따라 변하므로 크기 성질입니다. 반대로 압력과 온도는 세기 성질이죠.
여담으로, 열역학의 발전 과정에 대해서 잠깐 언급을 해볼게요.
먼저 고전 열역학(classical thermodynamics)이 가장 먼저 등장했습니다. 거시적인 물리량들에 집중(압력, 온도)하여 계산하고 예측했습니다. 그래서 미시적인 물리 개념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죠. 그 당시에는 양자역학이라는 개념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기체 운동학(kinetic theory of gases)이 등장했습니다. 제가 현대물리학 파트에서도 작성했던 9.4 양자 통계부분을 보시면, 맥스웰-볼츠만 분포 함수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이 있습니다. 이러한 분포 함수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바로 기체 운동학입니다. 개별 분자를 다루기 시작한거에요. 처음에는 원자나 분자에 대한 존재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기도 한 이론입니다. 분자의 존재가 증명된 지는 10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브라운 운동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게 된 이후죠. 그리고 Jean Baptiste Perrin(장 밥티스트 펄린)이 실험적으로 한 번 더 확인하게 됨으로써 분자의 존재가 입증됩니다.
이렇게 분자와 원자 개념이 등장하면서부터, 미시적인 계로부터 거시적인 계의 일들을 이해하는 통계 역학(statistical mechanics)가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특히 미시세계를 주로 다루는 양자역학의 발견 이후로 그 발전은 더욱 가속화 되었습니다. 초전도 현상이나 자석 같은 성질은 양자역학 없이는 미시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니까요.
이상 기체(The ideal gas)
이상 기체는 이상적인 기체를 의미하며, 분자와 분자 간 인력이나 척력 같은 상호작용이 없고 분자 자체의 크기가 0인 가상의 기체 입자입니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기 때문에 이상 기체는 물리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상압과 상온이라는 가정 하에 기체의 물리량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이상 기체 방정식이 생각보다 상당히 유용합니다. 이상 기체의 행태와 유사하기 때문이죠.
화학/물리학에서 다루는 이상 기체 방정식은, 실험적인 결과들로써 구성된 방정식입니다. 기체의 압력과 부피가 반비례한다는 보일 법칙, 그리고 기체의 부피가 온도에 비례한다는 샤를 법칙, 기체의 압력이 온도에 비례한다는 게이뤼삭 법칙. 이 세 가지를 종합해서 하나의 식으로 묶으면, $ PV=N{k_B}T $라는 방정식을 얻습니다. 여기서 $ k_B $는 볼츠만 상수(Bolzmann constant)입니다.
이러한 이상 기체 방정식은 기체 운동론을 이용하여 유도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역학적 지식과, 통계적인 해석을 조금 도입하면 쉽게 유도할 수 있죠. 하지만 이상 기체 방정식은 어디까지 제한적인 조건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대론적 기체(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계)나 밀도가 높아 분자 간의 상호 작용과 크기를 무시하면 안되는 경우(상변화), 그리고 양자역학적인 효과가 유의미한 상황들은 이상 기체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조합론적 문제(Combinatorial problems)
우리는 여러 개의 입자를 다루게 될테니, 당연히 그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수많은 입자들이 특정 조건을 가지는 경우의 수로 생각해야 할 것 입니다. 이 때 조합(combination)이 등장합니다. 확률과 통계에서 말하는 그 조합 맞습니다. 이것은 열역학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계에 단일 종류의 원자 10개가 있다고 합시다. 각 원자가 가질 수 있느 에너지는 E입니다. 그렇다면, 계의 총 에너지가 10 E인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모든 입자가 E라는 에너지를 가져야겠네요. 그래서 $_{10}C_{10}=1 $가지의 경우를 가집니다. 그렇다면 총 에너지가 $4 E$인 경우는 어떨까요? 이 때는 생각보다 큰 숫자로 나타납니다. $ _{10}C_{4}=210 $가지의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까진 그래도 계산할만 했습니다. 그렇다면, 전체 입자가 $100$개이고 총 $40 E$의 에너지를 분배해야하는 상황이라면요? 이것도 계산할 수 있나요?
근사치로 계산해보면, 약 $ 1.37 /times 10^{28} $ 가지의 경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실로 놀라운 값입니다. 이걸 우리가 언제 다 세고 있을까요. 그래서 큰 수의 조합을 근사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공식이 있습니다. 그러한 공식을 Stirling formula, 스털링 공식이라고 부릅니다.
스털링 공식은 $ n! $의 값을 추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단, $ n $이 크면 클수록 그 오차가 매우 작게 줄어듭니다. 우리는 몰 단위의 분자를 고려한 현상을 예측할 것이므로, 아보가드로 수 정도라면 스털링 공식을 사용하기 적합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공식으로 간단한 예제를 하나 풀어보죠.
어떤 입자가 아보가드로 스케일만큼 존재할 때, 그 입자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배열은 얼마나 클까요?
여기서 order of magnitude라는 말은 자릿수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상용로그로 바꾸어서 그 값을 측정하면 자릿수를 확인할 수 있겠네요.
조금 헷갈릴수도 있지만, 우리가 구한 것은 로그값이므로 자릿수가 $ 10^{24} $개 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원래 구하고자 했던 factorial의 값을 근사하면 근삿값의 0의 개수가 $ 2\,260\,000\,000\,000\,000\,000\,000\,000$개라는 소리죠. 자릿수 값만 해도 아보가드로 수보다 큽니다. 이런 식으로 Stirling 공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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