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이번 절에서는 열과 열용량의 개념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열의 정의(Definition of heat)
우리는 열이 무엇인지 굉장히 경험적이고, 직관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난로나 장작불 옆에 있으면 따뜻해지고 체온이 올라갑니다. 따뜻한 날에 밖에서 햇볕을 쬐고 있으면 태양의 열 때문에 몸이 따뜻해지구요. 그러나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서 쥐고 있으면, 손의 열을 잃게 되어 손이 시려집니다. 열은 물체들이 접촉했을 때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 이동하는 에너지입니다. 그래서 열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열은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에너지이다. 단위는 줄(Joule, J)이다.
당연히 열은 에너지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단위는 줄(J)입니다.
우리가 유심히 봐야하는 첫 번째 개념은 방향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실험에 의하면 열은 자발적으로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물체로 이동합니다. 역방향의 이동은 일어나지 않습니다(열역학 제 2 법칙). 그러나 열을 역방향으로 흐르게 만드는 물체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에어컨과 냉장고이죠. 실온에 있는 음식을 냉장고에 넣으면, 냉장고는 음식의 열을 뽑아서 냉장고 외부로 방출합니다. 그렇게 음식의 빙점 아래로 온도를 낮추면서 유지시키죠. 이는 물리 법칙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물론 이 때 우리는 냉장고에 전기를 공급해줍니다. 전기를 끊으면 냉장고의 작동이 멈추면서 다시 음식이 가열됩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열의 역방향 이동이 가능한 것은 우리가 추가적인 에너지를 투입해주기 때문입니다. 자연적으로는 절대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두 번째로 유심히 볼 점은, 열은 이동하는 에너지라는 것입니다. 물체에 열을 가해서 온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체가 가지고 있는 열에 대해서는 논할 수 없습니다. 열은 이동하면서 그 존재를 명확히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체가 열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물리적으로 옳지 못한 말 입니다. 관용적인 표현으로는 사용을 하고 있지만요. 간단한 예시를 들어봅시다. 우리가 음식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므로, 우리는 음식의 양을 측정하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열은 불가능합니다. 오직 방출되거나 흡수되면서 이동하는 과정에서만 측정할 수 있죠.
열용량(heat capacity)
물체가 열을 저장할 수 없다고 위에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열용량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못한 단어 같습니다. 맞습니다. 열용량이라는 단어는 잘못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매우 오랜 시간 사용되다보니 표준용어로 채택당한 경우입니다. 이래서 언어의 사회성이 중요한 것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열용량을 정확히 번역한다면 에너지 용량이라는 단어가 조금 더 정확한 의미를 지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산만 하는 괴물이 아니라 위트도 넘치는 과학도니까 열용량이라는 사회적인 표현을 쓰겠습니다. 자, 열용량이 무엇인지는 대충 알 겁니다. 그러니까 질문을 해보죠.
우리가 어떤 물체의 온도를 올리는 데 필요한 열에너지는 얼마인가?
이 질문의 답은 $ Q=CT $, 여기서의 $C$에 해당하는 값입니다. 이것이 열용량이죠. $C$라고 표기하고, 그 정의는
어떤 물질의 온도를 1도 올리는데 필요한 열의 양을 열 용량(Heat capacity)이라고 한다.
$$\large{C=\frac{dQ}{dT}}$$
'물체의 온도를 1도 올리는데 필요한 열의 양'입니다. 수학적으로는 물체에 투입한 열량을 온도에 대해서 미분한 값입니다. 제가 생각한 비슷한 예시는 '물체의 운동을 바꾸는 힘'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우리가 물체를 운동시키기 위해서 힘을 가해야 하고, 물체의 종류에 따라서 관성이 다릅니다. 이러한 관성은 질량에 의해 결정되죠. 여기서 관성에 해당하는 열역학적 관점에서의 물리량이 바로 열용량입니다. 열용량의 단위는 (J/K)입니다.
물체의 상태를 변화(온도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물체의 종류와 질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러한 고유적인 성질이 바로 열용량이죠. 어느정도 이해가 가실까요? 그러니까 열용량이라는 단어는 물체가 열을 품고 있는 용량이 아니라, 물체를 따뜻하게 하는데 필요한 열이라고 기억하는 것이 더 좋을 겁니다.
물체마다 질량이 다르듯이, 종류에 따라 열용량이 다릅니다. 질량이 다를수도 있고, 아예 물질의 구성 성분이 다를수도 있죠. 그런데 물질의 성질만 가지고 비교를 하고 싶을 수도 있겠네요. 질량이 다르고, 구성 성분도 다른 두 물질을 가져다 놓고 비교를 하면, 변수가 두 개니까 무엇에 의한 차이인지 정확히 알 수 없잖아요.
단위 질량 당 열용량: 비열(specific heat)
몰 당 열용량: 몰 열용량(molar heat capacity)
그래서 도입한 물리량은 비열(specific heat)입니다. 비열은 '단위 질량에 해당하는 물질을 1도 가열하는데 필요한 열의 양'입니다. 즉, 많은 비교군이 있을 때 모두 동일한 질량에 대해서 비교할 수 있는 지표가 됩니다. 오직 물성만이 이에 대한 차이를 줄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분자 개수로 생각하는 관점도 존재합니다. 이럴 땐 몰 당 열용량, 즉 몰 열용량(molar heat capacity)이죠. 이 때는 1몰의 입자로 이루어진 물질의 열용량을 사용합니다. 첫 포스트에서 이야기 한 크기 성질(extensive variable)과 세기 성질(intensive variable)을 확인해볼 수 있는 첫 실험 사례가 나왔습니다.
열용량(Heat capacity)은 Extensive variable이고, 비열(specific heat) 혹은 몰 열용량(Molar heat capacity)는 Intensive variable이다.
열용량은 물체의 질량과 직결되는 개념입니다. 그러니까 크기 성질입니다. 계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하지만 비열은 아까 하나의 '물성'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따라서 계의 크기에 대해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세기 성질입니다. 몰 열용량도, 몰이라는 단위를 잡고 계산한 것이므로 세기 성질에 해당하죠.
이제 비열과 열용량이라는 개념을 정립했으니 열심히 사용하면 되겠네요!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물질의 상(phase)은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 기체/액체/고체가 있죠. 근데 여기서 조금 엇나가는 친구가 있습니다. 온도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입니다. 바로 기체죠. 기체는 온도를 올려주면 부피가 쉽게 팽창하는 특징이 있어요(물론 열팽창은 다른 상도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액체와 고체는 원래의 부피에 비해 그 팽창 비율이 굉장히 작기 때문에 이 이후에 서술할 내용에 대해서는 무시합니다). 그래서 기체는 두 가지의 열용량으로 나누어서 계산할 수 있습니다.
먼저 기체의 가열 과정을 살펴봅시다.
기체는 등압 과정, 등적 과정, 등온 과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열용량을 결정할 수 있으니까, 이건 빼고 보면 등압 과정과 등적 과정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다룬 개념이기 때문에 어색하진 않을 겁니다. 조금 생각해보면, 둘의 과정이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등압 과정은 온도가 올라가면서 외부 방향으로 팽창하는 '일'을 하고, 등적 과정은 부피가 고정되어 있으므로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열용량이 다릅니다.
등적 열용량(Constant volume heat capacity)
$\large{C_V= \left(\frac {\partial Q}{\partial T}\right)_V}$ - 기체의 부피가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서의 열용량.
등압 열용량(Constant pressure heat capacity)
$\large{C_P= \left(\frac{\partial Q}{\partial T}\right)_P}$ - 기체의 압력이 고정되어 있는 경우의 열용량
따라서 등적 과정에서의 열용량을 등적열용량(constant volume heat capacity) $C_V$, 등압 과정에서의 열용량을 등압열용량(constant pressure heat capacity) $C_P$ 이라고 합니다. 이 때 실험적으로 측정해 본 두 종류의 열용량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는데, 등압열용량이 등적열용량보다 더 큽니다.
이 이유를 쉽게 설명하자면, 같은 열량을 공급했을 때 등적 과정에서는 온전히 기체 자체의 내부 에너지를 올리는데 사용되지만, 등압 과정에서는 내부 에너지를 증가시키는 동시에 외부로 일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같은 열량가지고 온도가 많이 올라가는 과정은 등적 과정입니다. 온도 변화에 민감한 것이죠. 따라서 등적열용량이 더 작고, 등압열용량이 더 큽니다.
수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등적 과정
$$\large{Q=\Delta U+W=C_VT \\ \therefore \left(\frac{\partial Q}{\partial T}\right)_V = \left(\frac{\partial U}{\partial T}\right)_V=C_V}$$
등압 과정
$$\large{Q=\Delta U+P\Delta V=C_PT \\ \therefore \left(\frac{\partial Q}{\partial T}\right)_P = \left(\frac{\partial Q}{\partial T}\right)_V +\left[\left(\frac{\partial Q}{\partial V}\right)_T+P \right] \left(\frac{\partial Q}{\partial T}\right)_P = C_P}$$
등압 과정에서 추가 항 $\large{\left[\left(\frac{\partial Q}{\partial V}\right)_T+P \right] \left(\frac{\partial Q}{\partial T}\right)_P}$만큼 등적 과정의 열량보다 크므로
따라서, $\large{ C_V < C_P } $
이 내용은 11.3절에서 다루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정확히 설명을 드리기엔 부적절하기 때문에 추후에 게시될 포스트를 참고하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등압 과정의 열용량 관계식을 보면 등적 과정에 비해서 추가항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더 큰 값을 가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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