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은 결정 구조에 대해서 배웁니다. 지금까지는 1차원 문제를 주로 다루었습니다만, 실제로 공간은 3차원을 고려해야합니다. 이것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배우던 내용보다는 조금 더 복잡해지겠죠. 하지만 중요한 개념 자체는 1차원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 단원에서 다룰 것은 약간의 기하학(geometry)이며, 이것은 어릴적부터 해오던 내용들이기 때문에 크게 어렵진 않을 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용어를 정립하여야 결정 구조에 대해서 쉽게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시작해봅시다.
1) 격자와 단위 낱칸(The Lattice and Unit Cell)
격자(lattice)와 단위 낱칸(unit cell)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격자(Lattice)
먼저 격자입니다. lattice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체는 원자의 주기적인 배치로써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주기적인 구조를 다루기 위해서 우리는 "lattice"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요. 격자는 쉽게 말해서 우리가 어떤 기본 셀(primitive unit cell)을 잡았을 때 그 셀의 꼭짓점들을 격자(lattice)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2차원 구조에서는 격자를 구성하는 격자점이 4개가 있겠네요. 이 4개의 점들은 두 개의 primitve lattice vector의 선형 결합으로 모두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때, 기본격자벡터(primitive lattice vector)는 유일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unit cell의 형태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떤 unit cell을 잡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 잡았던 unit cell로 나머지 면적/혹은 부피에 대해서 타일링(tiling)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primitive lattice vector를 잘 잡기만 한다면, 임의의 lattice point에 대해서는 linear combination 형태로 모두 기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처럼 격자 벡터 a1, a2, a3 만 있다면 정수배를 취해주어 선형 결합으로써 모든 lattice point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의 lattice에 대한 정의를 조금 유용하게 표현해볼까요?
Lattice는 벡터의 무한 집합입니다. 즉, basis가 무한히 많으며 우리는 집합 안에 속한 임의의 두 벡터를 골라 서로 더하거나 빼면 집합의 또 다른 벡터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또한, lattice는 규칙성을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격자점들을 벡터로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점들이 동등(equivalent)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동등하지 않다면 어떨까요? 그냥 생각해보면 이러한 케이스가 생각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가 많이 본 구조에서 동등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됩니다.
바로 그래핀(graphene)과 같은 육각 벌집 구조(Honeycomb)입니다. 육각형 벌집 구조는 격자가 아닙니다.
등가 정의 1.2**를 생각해보면, 임의의 주어진 점의 환경이 다른 점의 환경과 동일하여야 lattice로 취급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위의 그림에서 **점 P와 Q는 유사한 듯 보이지만 동등하지 않은 점입니다. 왜냐하면 점 P에 대해서는 위 방향 이웃이 없고, Q에 대해서는 위 방향 이웃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R과 Q만이 동등한 점으로써 취급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벌집 구조에서는 임의의 점이 다른 임의의 점과 비교하였을 때 동등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lattice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벌집구조를 기술하는 것은 이렇게 포기하여야만 할까요? 아직 포기하긴 이른 것 같네요. 그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 봅시다.
단위 낱칸(unit cell)
격자 벡터를 설명하면서도 간간히 언급을 했지만, 단위 낱칸(unit cell)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unit cell은 lattice 혹은 non-lattice system을 기술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도입되어야 할 개념입니다.
먼저 unit cell의 정의를 살펴봅시다.
Unit cell은, 동일하게 많은 단위가 함께 쌓임에 따라서 모든 공간을 타일링하고 전체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의 영역을 말합니다. 즉, 주기적인 전체 구조를 복원하기 위해서 우리가 취급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체를 만들고, 그것을 줄줄이 쌓았을 때 전체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이 바로 unit cell이라고 취급할 수 있는 것입니다.
동등한 정의로써, 조금 표현을 바꾸어 나타내면 다음과 같이도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유사한 내용입니다. 주기 구조를 나타낼 수 있는 기본적인 쌓음 블록임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lattice vector와도 유사하게, unit cell 역시도 그 정의가 유일하지 않습니다. 크게 나누자면 3가지의 종류가 존재하는데요.
하나씩 알아봅시다. 아래 사진의 우측 그림을 참고하면 더욱 이해하기 쉽습니다.
먼저 첫번째로 관습 단위 셀(conventional unit cell)이 있습니다. 이것은 unit cell을 구성하는 basis가 직교(orthogonal)하도록 잡은 unit cell로써, 다루기 편하다는 이점을 가져서 많이 사용하는 형태입니다.
두번째는 기본 단위 셀(primitive unit cell)입니다. 기본 단위셀은 정확하게 하나의 격자점만을 가지는 unit cell을 말합니다. 하지만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저 그림에서의 평행 사변형은 꼭짓점을 4개 가지니까 4개의 격자점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냐구요. 하지만 격자점에 원자가 대응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사각형의 내각의 합은 360도가 되어야 하고, 각 point들이 갖는 원자의 가중치의 합은 결국 원자 하나만큼의 기여를 하게 됩니다. 이것이 곧 하나의 격자점만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그너-자이츠 단위 셀(Wigner-Seitz unit cell)이 있습니다.
이 위그너-자이츠 단위 셀은, 임의의 격자점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이웃들의 수직이등분선을 이어서 만들어지는 내부 영역을 말합니다.
즉, 단위 셀 자체는 유일하지 않고 잡는 방법에 따라 무수히 많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우리가 필요한 형태로 사용하면 되는 것입니다.
기저(basis)
이제 기저(basis)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기저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basis를 기본 격자벡터와 동치인 것처럼 다루었지만, 실제로는 unit cell이 단순하지 않을 수 있으며 따라서 unit cell 내부에 다른 원자들이 섞여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basis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만약, unit cell 내부의 원자가 N개 있다면, basis 역시도 N개가 됩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서 기저를 생각해 봅시다. 먼저, primitive lattice vector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게 primitive lattice vectors는 정수배의 선형결합으로 나타나므로, 결국 격자점만을 표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그것보다 더 세분화 된 벡터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basis 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원점(0, 0)으로부터 임의의 원자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primitive lattice vector와 basis를 합치면 됩니다. 위의 그림에서 푸른색 원자는 (a/4), (3a/4)만큼의 위치를 가지고 붉은색 원자는 (a/2)만큼의 위치를 가지므로
와 같이 표현할 수 있겠네요. (위 사진에서는 하나의 blue atom의 위치만을 표현하였습니다.) 자, 이제 정리해봅시다. unit cell 내부의 임의의 원자의 위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격자에 대한 표현과 unit cell 내부의 위치를 지정하는 기저(basis)의 합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이제 다시 돌아와서, 기본 격자벡터로 설명할 수 없었던 honeycomb 구조를 살펴봅시다.
honeycomb 구조에서, 반복되는 구조를 따와서 붉은색 평행사변형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 평행사변형의 두 축을 basis로 잡으면, 영역 내에 있는 1번 원자와 2번 원자에 대해서는 두 basis의 선형 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2) 3차원에서 격자(Lattice in Three Dimensions)
지금까지는 이해하기 편하게 2차원 배치만을 다루었으나, 서론에서도 이야기했듯 대부분의 물질은 3차원 도형으로 표현됩니다. 3차원의 경우로 확장되면, 더 다양한 배치를 가능케 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들을 3가지로 나누어보겠습니다.
입방 격자(cubic), 정방 격자(tetragonal), 직방 격자(orthorombic)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각 정육면체, 직육면체(밑면이 정사각형인), 직육면체(세 축의 모서리의 길이가 모두 다른)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각 축들이 서로 직교하는 형태만 소개했으나, 실제로는 더욱 다양하게 (총 14개) 존재합니다. 하지만 꽤나 복잡하므로 다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3차원 격자 내에서 주어진 벡터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정수(integer) u, v, w를 도입하여 각각의 기본격자벡터에 스칼라배를 취하여 그 선형 결합으로 나타내주기만 하면 됩니다.
이제 기본적인 내용이 끝났으니 격자 구조를 조금 더 세분화해서 봅시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격자는 SC(simple cubic)으로 단순한 정육면체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정육면체의 꼭짓점에만 원자가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 형태에 원자가 더 추가되어 조금 더 복잡한 배치를 가질 수 있는데 이것을 각각 BCC, FCC라고 합니다. 어떤 형태의 격자인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i) 체심입방격자(Body-centered cubic, BCC)
먼저 체심 입방 격자(Body-centered cubic)입니다. 체심 입방 격자는 말 그대로 체(몸) 중심에 원자가 존재하는 배치를 말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단순 입방(Simple cubic)에 정육면체 중심에 격자점이 하나 존재하는 경우입니다. 좌측의 입체도를 평면도(plan view)로 옮기게 되면, z=a/2에서 중심에 격자점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러한 lattice structure는 8의 배위수(coordination number)를 가집니다. 여기서 배위수란 한 격자점으로부터 가장 가깝게 이웃한 원자들의 수를 의미합니다.
또한 우리가 그렸던 3차원 모형도는 conventional unit cell에 해당하는데(primitive unit cell의 경우 더 복잡하게 생김), 이러한 conventional unit cell에 대해서 그 안에 존재하는 격자점 수는 2가 됩니다. 그리고 Simple cubic을 primitive lattice vector로 갖고, basis는 (1/2)에 대하여 존재하므로
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BCC의 primitive cell에서의 기본격자벡터는 어떻게 정의될까요? 기준점 (0, 0)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원자들(결국 conventional unit cell의 중심에 있는 원자들이겠죠)을 잡으면 됩니다.
그러면 위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ii) 면심입방격자(Face-centered cubic, FCC)
두번째는 면심 입방 격자(Face-centered cubic)입니다. 이 경우는 면(얼굴)의 중심에 격자점이 존재하는 배열로써, 정육면체의 경우 총 6개의 면이 있기에 각 여섯 면에 원자가 하나씩 배치게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줄여서 FCC로 표기하며, FCC는 16의 배위수를 갖는 구조입니다. 또한 conventional unit cell에 대해서 총 4개의 lattice point를 갖습니다.
기본격자벡터는 BCC와 마찬가지로 Simple cubic의 격자벡터를 따라가고, 면 중심의 원자들을 기술하기 위해서 [(1/2), 0, 0], [0 (1/2), 0] [0, 0, (1/2)]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FCC의 primitive cell에 대한 basis는, (0, 0, 0)을 기준점으로 하여 가장 가까운 면에 있는 격자점들이 basis가 될 수 있게 합니다.
따라서 basis를 위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iii) 공 채우기(sphere stacking)
그렇다면 이렇게 구조가 다양한데 왜 이러한 배치들을 따라가야 할까요? 먼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SC 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주기율표에는 다양한 원소들이 있고, 그것들이 모이면 고체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런데 118개의 원소 중에서 고체 상태가 규명되지 않은 합성 원소를 제외하면 단일 원자로 단순 입방 격자(Simple cubic) 구조를 갖는 경우는 오직 하나, 폴로늄(Po) 하나 뿐입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자연은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데(어려워 보인다면 그것은 인간이 그 과정을 어렵게 해석하는 것입니다), 왜 대부분의 고체들은 다른 구조를 갖습니까?
이것은 공간을 채우는데 굉장히 비효율적인 배치이기 때문입니다. 용적률이 제일 낮은 배치 방법이 바로 단순 입방(SC)입니다.
생각보다 이 "**채우기 문제(packing problem)**"을 연구하기 시작한건 원자의 발견보다 한참 이전인데, 농부들이 상자에 오렌지를 담되, 가장 많이 담을 수 있는 배치 방법을 논의하다 이 문제가 난제처럼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요하네스 케플러(우리가 알고 있는 그 케플러가 맞습니다!)가 처음으로 이 문제에 대한 추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꽤 오랜 시간 동안 증명되지 못하다가 1998년 컴퓨터 계산을 통해 증명이 되었고, 형식적인 증명은 무려 2017년에서야 이루어졌습니다. 굉장히 신기하죠.
그래서 케플러가 제시한 추측이 무엇이냐면, '3차원에서 공으로 어떤 부피를 채우는 방법은 FCC(면심 입방 구조) 혹은 HCP(육방 조밀 구조)가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는 것입니다. 이 둘은 서로 같은 packing 밀도를 가집니다.
이 효율성이 물리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바로 에너지입니다. 같은 부피를 더 많은 입자로 채울 수 있으면 그것이 에너지적으로 더 낮은 상태를 의미하죠. 따라서 자연은 단순함 뿐만 아니라 효율성 역시도 추구함을 알 수 있고, 그래서 실제로 자연계에는 BCC 혹은 FCC의 격자 구조가 빈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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